[태그:] 연애와 친구관계

  • 친구를 만나고 온 날마다 싸운다. 나는 왜 약속부터 취소하게 됐을까?

    친구를 만나고 온 날마다 싸운다. 나는 왜 약속부터 취소하게 됐을까?

    “금요일에 또 볼까? 지난번에 네 얘기는 듣지도 못했잖아.”

    금요일 저녁은 비어 있었습니다. 가고 싶어서 “좋지, 어디서 볼까?”까지 썼습니다. 그런데 보내려는 순간, 지난번 친구를 만나고 돌아온 밤이 떠올랐습니다.

    “아홉 시에 식당에서 나왔다며. 근데 왜 내 전화는 아홉 시 반에 받았어?”

    그날은 집에 와서 카드 영수증까지 꺼내 봤습니다. 몇 시에 계산했고, 친구와 어느 정류장까지 걸었는지 설명하다 보니 자정이 넘었습니다.

    써둔 답장을 지웠습니다. “이번 주는 좀 바빠. 다음에 보자.”

    ■ 그날 저녁에 정말 피하고 싶었던 것

    약속을 취소하고 나니 일단 마음이 놓였습니다. 금요일 밤에는 어디 있었는지 설명할 일이 없을 테니까요. 그런데 조금 뒤 친구가 “그래, 요즘 많이 바쁘지? 밥 잘 챙겨 먹어”라고 답하자 마음 한구석이 아렸습니다. 바쁘다는 내 말을 그대로 믿어주는 사람에게는 정작 솔직하지 못했습니다.

    이럴 때 스스로에게 물어볼 만한 질문이 있습니다.

    ‘만나고 돌아와도 아무 일 없이 잘 수 있다면, 나는 금요일에 뭘 하고 싶었을까?’

    답이 ‘친구랑 저녁 먹고 싶다’라면 취소한 이유가 조금 선명해집니다. 친구를 덜 좋아하게 된 것도, 혼자 쉬고 싶었던 것도 아닙니다. 즐거운 두 시간 뒤에 따라올 긴 추궁을 피하고 싶었던 겁니다.

    ■ “내가 언제 친구 만나지 말랬어?”

    서운한 마음에 “당신 때문에 친구도 마음대로 못 만나”라고 하면 이런 대답이 돌아올 수 있습니다. “내가 언제 못 만나게 했어? 네가 취소했잖아.”

    맞습니다. 취소 문자를 보낸 손은 내 손입니다. 다만 그 말에는 내가 왜 그 문자를 쓰게 됐는지가 빠져 있습니다.

    함께 저녁을 먹기로 한 날 약속이 겹쳐 연인이 서운해할 수는 있습니다. 그럴 땐 둘이 날짜를 다시 정하면 이야기가 끝납니다. 반면 친구를 만날 때마다 누구와 얼마나 있었는지 추궁하고, 이미 답한 일도 다음 날 다시 따진다면 어떨까요. 어느새 내 달력을 정하는 기준이 ‘그날 시간이 되나’에서 ‘다녀와도 무사히 넘어갈까’로 바뀝니다.

    연인이 직접 금지한 적이 없어도, 반복되는 추궁이 만날 사람과 갈 곳을 줄이고 있다면 교제폭력에서 나타나는 통제 행동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 사주로 보는 책임감, 나는 어디까지 내 몫이라고 느낄까

    사주에서는 관계에서 약속과 책임을 중히 여기는 성향을 ‘관성’이라는 관점으로 읽기도 합니다. 이런 마음은 평소 좋은 쪽으로 쓰입니다. 늦을 것 같으면 먼저 연락하고, 둘이 잡아 둔 일정을 가볍게 바꾸지 않습니다. 내가 한 말을 소중히 여기는 겁니다.

    그런데 다툼이 반복되면 약속의 내용이 어느새 달라질 수 있습니다. 처음 내가 한 약속은 “늦으면 연락할게”였습니다. “당신이 조금도 불안하지 않게 내 저녁 시간을 전부 설명할게”라고 약속한 적은 없습니다.

    여기서 사주로 돌아볼 대목은 ‘내가 왜 이런 사람을 만났나’보다 ‘나는 언제부터 상대의 기분까지 내가 책임져야 한다고 여겼나’입니다. 상대가 추궁을 거듭한 책임은 그 행동을 선택한 사람에게 있습니다.

    ■ 친구에게는 한 문장만 솔직해도 됩니다

    몇 번이나 약속을 미뤘다면 다시 연락하기가 쑥스럽습니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그동안 있었던 일을 다 이야기할 필요는 없습니다. 편하고 안전하게 이야기할 수 있을 때, 가장 전하고 싶었던 말 하나부터 꺼내도 됩니다.

    “지난번에 바쁘다고 했잖아. 사실은 나도 만나고 싶었어.”

    조금 더 말하고 싶다면 “요즘은 밖에 다녀오면 집에서 설명할 일이 많아. 그래서 약속 잡기가 망설여져” 정도로도 충분합니다. 친구에게 당장 해결책을 부탁하지 않아도 됩니다. 내가 자꾸 거절했던 이유가 그 친구 때문은 아니었다는 걸 전하는 것도 의미가 있으니까요.

    연인이 메시지를 확인하거나 친구를 만난 뒤 찾아와 위협한 적이 있다면, 혼자 맞서거나 반응을 시험할 필요는 없습니다. 내가 안전하게 대화할 수 있는 때와 방법을 골라 믿을 만한 사람에게 상황을 알리는 편이 좋습니다.

    ■ 내 사주를 확인하고 싶다면

    누군가는 다툼이 생기면 말을 길게 해서라도 오해를 풀려 하고, 누군가는 다음 약속을 줄여 조용히 넘어가려 합니다. 내 사주가 궁금하다면 내가 관계에서 지키려는 것이 무엇인지, 그 과정에서 내 뜻은 얼마나 말할 수 있었는지 함께 돌아보세요.

    그리고 오늘은 사주를 펼치기 전에 떠올려 봐도 좋겠습니다. 금요일 약속을 묻는 친구에게 처음 써 놓았던 답장 말입니다.

    “좋지, 어디서 볼까?”

    그 문장을 당장 보내지 못해도 괜찮습니다. 적어도 내가 정말 하고 싶었던 대답까지 지울 필요는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