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고생 많았어, 역시 자네가 있어야 돼.”
팀장님이 어깨를 두드리고 지나간 그날 오후, 승진자 명단이 사내 게시판에 올라왔다.
명단을 두 번이나 내려봤지만 내 이름은 없었다.
대신 내가 마무리를 도와준 프로젝트의 동기가 맨 위에 있었다.
축하 메시지를 쓰다가 몇 번이나 지웠다.
일을 잘한다는 말은 듣는데, 왜 자리는 늘 다른 사람에게 갈까.
■ 칭찬과 결과가 따로 노는 순간
급한 일이 생기면 가장 먼저 내 이름이 불립니다.
다른 팀에서 넘어온 꼬인 업무도 결국 내 책상 위에서 정리됩니다.
그런데 평가 시즌이 끝나고 나면 남는 건 “수고했어”라는 말뿐입니다.
처음에는 내가 아직 부족한가 싶어 더 열심히 합니다.
야근을 늘리고, 남들이 꺼리는 일도 먼저 손을 듭니다.
그런데 그럴수록 일은 더 늘고, 승진은 여전히 멀게만 느껴집니다.
어느 순간부터는 칭찬을 들어도 기쁘기보다 허탈해집니다.
억울함이 쌓이면 ‘나만 이용당하는 건가’ 하는 생각까지 들기 시작합니다.
■ 사주로 보면, 일로 보여주는 힘과 자리를 잡는 힘은 다르다
사주에서는 능력을 쓰는 방식에도 여러 갈래가 있다고 봅니다.
‘식상’은 손과 머리로 결과물을 만들어 내고, 실력으로 자신을 드러내는 기운을 말합니다.
‘관성’은 조직의 규칙과 위계 안에서 인정받고 자리를 맡는 기운에 가깝습니다.
일을 잘 해내는 힘이 강한 사람은 “결과를 내면 알아주겠지”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조직에서 자리가 정해질 때는 결과물만큼, 그 결과가 누구의 것으로 보이는지도 함께 작용합니다.
실력은 충분한데 그 실력을 위로 알리고 연결하는 데에는 마음이 덜 가는 사람도 있습니다.
물론 실제로 어떤 기운이 강한지는 생년월일시를 함께 봐야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승진에는 정해진 자리 수, 연차, 부서 사정처럼 개인이 어쩔 수 없는 조건도 분명히 섞여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결과를 “내 사주가 원래 그렇다”거나 “내가 부족하다”로만 정리할 필요는 없습니다.

■ 억울함을 다음 기회로 바꾸는 방법
첫째, 감정이 가라앉은 뒤 상사에게 다음 평가 기준을 직접 물어보세요.
“이번 결과는 받아들이겠습니다. 다음에 제가 더 보여드려야 할 부분이 무엇인지 듣고 싶습니다.”
서운함을 따지는 말이 아니라 기준을 묻는 말이라, 상대도 구체적으로 답하기 쉬워집니다.
둘째, 내가 해낸 일을 한 달에 한 번 짧게 정리해서 공유하세요.
“이번 달 정리한 업무 세 가지와 결과입니다”처럼 세 줄이면 충분합니다.
일을 잘하는 것과 그 일이 내 이름으로 기억되는 것은 별개라서, 기록이 그 사이를 이어 줍니다.
셋째, 모든 부탁을 받기 전에 그 일이 내 평가에 남는 일인지 한 번 확인하세요.
“이 건은 제가 맡으면 제 성과로 정리해도 될까요?”
이 한마디가 늘 뒤에서 수습만 하는 자리에서 한 걸음 나오게 해 줍니다.
■ 실력이 사라진 게 아니다
“역시 자네가 있어야 돼.”
그 말은 거짓이 아니었습니다.
다만 일을 해내는 힘과 그 일을 자리로 연결하는 힘이 아직 같은 속도로 움직이지 않았던 것입니다.
이번 명단에 이름이 없다고 해서 내가 쌓아 온 실력까지 없던 일이 되지는 않습니다.
이제는 일을 잘하는 나에게, 그 일을 알릴 권리도 함께 주어도 됩니다.
오늘 하루만큼은 허탈한 마음을 탓하지 말고, 그만큼 진심으로 일해 온 나를 먼저 알아봐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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