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잘못만은 아니잖아요. 전달을 늦게 받았는데요.”
보고서에서 빠진 내용을 이야기했을 뿐인데, 대화는 누구의 잘못인지 따지는 쪽으로 흘러간다.
“다음부터 확인해달라”는 말을 하려다가 나도 모르게 목소리에 힘이 들어간다.
직원은 억울하다는 표정이고, 나는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에 답답해진다.
수정할 부분은 아직 그대로인데 서로의 기분부터 상했다.
업무를 바로잡으려는 말은 왜 자꾸 공격과 변명으로 엇갈리는 걸까.
■ 나는 수정을 이야기했는데, 상대는 평가로 들었다
다음은 직장에서 생길 법한 가상의 상황이다.
팀장이 보고서의 누락된 항목을 짚으며 “이건 왜 확인하지 않았어요?”라고 묻는다.
팀장은 원인을 알아야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직원은 그 질문을 “당신은 기본적인 확인도 못 하는 사람이군요”라는 평가처럼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면 수정 방법보다 자신의 사정을 설명하는 일이 급해진다.
“다른 업무도 많았고, 자료도 늦게 왔습니다.”
그 설명에는 실제로 확인해야 할 업무상의 문제가 들어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상사가 말을 끝까지 듣기도 전에 “또 변명이네요”라고 하면 직원은 더 강하게 자신을 방어하게 된다.
반대로 직원이 사정만 설명하고 자신이 수정할 부분을 말하지 않으면 상사는 책임을 피한다고 느끼기 쉽다.
이때 엇갈린 것은 대화의 순서다.
상사는 ‘무엇을 고칠 것인가’부터 이야기하고 싶고, 직원은 ‘왜 이렇게 됐는지 알아달라’는 말을 먼저 하고 싶은 것이다.
■ 사주에서는 표현과 책임의 충돌로 보기도 한다
사주에서 식상은 자신의 생각과 판단을 밖으로 표현하는 성향으로 풀이한다.
이런 면이 적극적으로 나타나는 사람은 지적을 받았을 때도 자신의 의견이나 당시 상황을 바로 말하려 할 수 있다.
문제의 원인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거나 기존 방식의 허점을 발견하는 데에는 장점이 있다.
다만 상대의 말을 충분히 듣기 전에 설명부터 쏟아내면, 듣는 사람에게는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로 보일 수 있다.
관성은 규칙과 역할, 책임을 의식하는 성향으로 해석한다.
이런 기준을 중요하게 여기는 상사는 사정이 어떻든 담당자가 마지막 확인을 해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업무의 기준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되지만, 설명을 듣기도 전에 책임부터 물으면 필요한 정보까지 놓칠 수 있다.
한쪽은 “이유를 설명해야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잖아요”라고 생각한다.
다른 쪽은 “담당자라면 먼저 자기 책임부터 인정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생각한다.
사주에서는 이런 갈등을 표현하려는 성향과 책임을 중시하는 성향이 부딪히는 모습으로 살펴보기도 한다.
그렇다고 직원은 식상이 강하고 상사는 관성이 강하다고 행동만 보고 정할 수는 없다.
실제 명식의 전체 구성뿐 아니라 평소 대화 방식, 업무량, 과거에 지적받았던 경험도 함께 살펴야 한다.
사주를 통해 돌아볼 부분은 누가 나쁜 사람인지가 아니라, 내가 대화에서 무엇을 먼저 확인받고 싶어 하는지다.
나는 책임을 인정하는 말을 먼저 듣고 싶은가.
상대는 자신의 사정을 이해했다는 말을 먼저 듣고 싶은가.
이 차이를 알아차리면 같은 내용도 전달하는 순서를 바꿀 수 있다.
■ 설명인지 책임 회피인지는 그다음 행동에서 드러난다
“자료를 늦게 받았습니다”라는 말만으로 변명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실제로 자료 전달이 늦었다면 다음 업무를 위해서라도 확인해야 할 정보다.
중요한 것은 설명 뒤에 자신의 몫을 어떻게 정리하느냐다.
“자료가 늦게 왔습니다. 다만 누락된 부분을 미리 말씀드리지 못한 건 제가 놓쳤습니다. 오늘 중으로 수정하겠습니다.”
이 말에는 원인 설명과 자신의 책임, 후속 행동이 함께 들어 있다.
반면 “자료 준 쪽에 말씀하세요. 저는 어쩔 수 없었습니다”라고만 하고 수정을 미룬다면, 담당자로서 해야 할 일이 남아 있는 것이다.
상사도 같은 기준으로 자신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업무 범위나 마감을 명확히 전달하지 않았다면 그 부분은 인정해야 한다.
“제가 확인 기준을 구체적으로 전달하지 않은 부분은 있습니다. 이번에 기준을 정리하겠습니다.”
상사가 자신의 몫을 인정한다고 해서 직원의 책임까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서로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 더 정확하게 나눌 수 있다.
납득할 만한 사정은 듣고, 남은 책임은 분명하게 정하는 것.
이 두 가지가 함께 있어야 대화가 잘잘못을 따지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 변명을 멈추게 하려 하기보다, 수정할 일을 분명히 말하자
첫 번째는 사람 전체를 평가하지 않고 이번 업무에서 확인된 사실을 말하는 것이다.
“왜 매번 이렇게 부주의해요?”라는 말에는 과거와 성격에 대한 평가까지 섞여 있다.
대신 범위를 좁혀 말해보자.
“이번 보고서에 지난달 수치가 빠져 있습니다. 이 항목을 추가해야 합니다.”
무엇을 고쳐야 하는지가 분명하면 대화가 다른 문제로 번지는 것을 줄일 수 있다.
두 번째는 사정을 들은 뒤, 지금 해야 할 일로 연결하는 것이다.
“자료가 늦게 온 상황은 알겠습니다. 그 문제는 따로 확인하겠습니다. 지금 빠진 항목은 언제까지 수정할 수 있나요?”
상대의 설명을 들었다고 해서 모든 책임을 면제해주는 것은 아니다.
원인을 개선할 일과 당장 수정할 일을 나누는 것이다.
세 번째는 대화가 끝나기 전에 담당자와 기한을 확인하는 것이다.
“그럼 빠진 수치는 오늘 오후 네 시까지 반영하고, 자료가 더 필요하면 두 시 전에 알려주세요.”
“앞으로 잘하세요”라는 말보다 다음 행동이 구체적이다.
가능하다면 이런 피드백은 여러 사람 앞보다 조용히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에서 하는 편이 좋다.
다만 기준을 설명하고 지원할 부분까지 확인했는데도 같은 문제가 반복된다면, 계속 말투만 바꿔가며 설득할 필요는 없다.
반복된 사실과 합의한 내용, 이행 여부를 정리하고 회사의 업무 관리 절차에 따라 다뤄야 한다.
상대의 사정을 듣는 일에도, 상사가 대신 감당하는 일에도 범위는 있어야 한다.
지적이 공격과 변명으로 엇갈리는 이유는 한쪽이 수정할 일을 말할 때 다른 쪽은 자신의 능력이나 태도를 평가받는다고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필요한 피드백을 피하면 업무의 문제는 남는다.
내 사주를 살펴본다면 ‘나는 왜 부하직원과 안 맞을까’보다 ‘나는 설명을 듣기 전에 책임부터 묻는가, 불편한 대화를 피하다가 한꺼번에 쏟아내는가’를 함께 돌아보면 좋다.
표현하는 성향과 기준을 지키려는 성향이 내 안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 이해하는 것이 현실의 대화를 바꾸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다시 “제 잘못만은 아니잖아요”라는 말을 듣는다면 이렇게 답해보자.
“그럴 수 있습니다. 원인은 함께 확인하겠습니다. 지금 수정할 부분부터 정해봅시다.”
모든 잘못을 인정받아야만 대화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서로 해야 할 일을 분명히 알고 움직이기 시작했다면, 그 대화는 필요한 역할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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