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었다고 말했는데, 왜 이렇게 기운이 없지.”
택시 창밖을 보며 오늘 웃었던 장면들을 하나씩 떠올려 본다.
싫은 사람도 없었고, 오랜만에 만난 얼굴들이 다 반가웠다.
그런데 현관문을 여는 순간 온몸에 힘이 쭉 빠진다.
나는 사람을 좋아하는 걸까, 사실은 버거워하는 걸까.
■ 즐거웠는데 왜 집에 오면 무너질까
연말이 되면 약속이 한꺼번에 몰립니다.
회사 송년회, 오래된 친구 모임, 가족 식사까지 일주일에 두세 번은 기본이 됩니다.
모임 자리에서는 누구보다 잘 웃고, 분위기가 처지면 먼저 말을 꺼내기도 합니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이 되면 몸보다 마음이 더 무겁습니다.
단톡방에 “다음 주 금요일 어때?”라는 알림이 뜨면 답장을 한참 미루게 됩니다.
핑계를 고민하다가 결국 “좋아”라고 보내고, 그런 자신이 또 답답해집니다.
이런 반복이 쌓이면 ‘내가 사람을 싫어하게 된 걸까’ 하는 죄책감까지 따라옵니다.
하지만 즐거웠던 마음과 지친 몸은 동시에 진짜일 수 있습니다.
■ 사주로 보면, 기운을 쓰고 채우는 방식이 다르다
사주에서는 사람마다 기운을 밖으로 내보내는 방식과 안으로 채우는 방식이 다르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식상’은 말하고 표현하고 반응하면서 기운을 밖으로 쓰는 힘을 뜻합니다.
‘인성’은 혼자 생각하고 정리하면서 기운을 안으로 채우는 힘에 가깝습니다.
모임에서 잘 웃고 분위기를 살피는 사람은 그 자리에서 표현하는 힘을 많이 쓰고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채우는 쪽이 중요한 사람이라면, 쓴 만큼 혼자 쉬는 시간이 있어야 다시 균형이 맞춰집니다.
연말처럼 쓰는 날만 이어지고 채우는 날이 없으면, 좋은 만남도 피로로 남기 쉽습니다.
물론 실제로 어떤 기운이 강한지는 생년월일시를 보고 함께 살펴야 알 수 있습니다.
연말의 수면 부족, 술자리, 한 해를 마무리하는 업무 피로도 분명 함께 작용합니다.
중요한 건 지치는 내가 이상한 게 아니라, 회복하는 방식이 다를 수 있다는 점입니다.

■ 연말 약속을 지키면서 나를 지키는 방법
첫째, 모임에 갈 때 끝나는 시간을 미리 정하고 처음부터 말해 두세요.
“나 오늘은 9시 반쯤 먼저 일어날게, 그래도 꼭 보고 싶어서 왔어.”
처음에 말해 두면 중간에 일어날 때 미안한 마음도 훨씬 줄어듭니다.
둘째, 큰 모임 다음 날 오전은 일부러 비워 두세요.
아무 약속 없이 혼자 밥을 먹거나 조용히 걷는 시간이 다음 만남을 버티게 해 줍니다.
셋째, 모든 약속에 답하기 전에 이번 달 ‘갈 수 있는 횟수’를 먼저 정해 보세요.
횟수를 넘는 약속에는 이렇게 답할 수 있습니다.
“이번 달은 일정이 꽉 차서, 1월에 따로 밥 한번 먹자.”
거절이 아니라 다음을 약속하는 말이라, 관계를 지키면서 내 시간도 지킬 수 있습니다.
■ 사람을 좋아하는 마음은 그대로여도 된다
“재밌었다고 말했는데, 왜 이렇게 기운이 없지.”
그 말은 거짓이 아니었습니다.
재미있게 쓴 기운만큼, 다시 채울 시간이 필요했던 것뿐입니다.
사람을 좋아하는 마음과 혼자 있고 싶은 마음은 서로를 밀어내지 않습니다.
올해 연말에는 만남 사이사이에 나를 채우는 빈칸을 하나씩 남겨 두세요.
지친 나를 탓하기보다, 오늘도 열심히 마음을 써 준 나에게 조용히 쉬어도 된다고 말해 주세요.


답글 남기기